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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2] 마티아스 괴르네 & 마리아 조앙 피레스 <겨울 나그네> 괴르네와 피레스,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갈 나그네길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10월 26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을 찾아온다. 가을의 끝자락, 두 대가가 들려주는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를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황진규 음악 칼럼니스트


(좌)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 Caroline de Bon (우)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 Felix Broede / DG


슈베르트의 마지막 불꽃, <겨울 나그네>

프란츠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가곡의 왕’으로 불렸던 이 작곡가의 작품 가운데서도 최상급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이른바 작곡가의 ‘3대 연가곡’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1827년에 작곡되었는데, 이보다 4년 전에 나온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에 비해 훨씬 어둡고 처절한 비극을 그려 내고 있다. 당시 슈베르트는 병마에 심각하게 시달렸고,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겨울 나그네>나 현악 5중주 같은 위대한 걸작이 나온 것은 이 시기였으니, 참으로 얄궂은 일이다.

이 연가곡은 모두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독일 시인인 빌헬름 뮐러의 시에 기초하고 있다. 그의 시는 대체로 소박하며 심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슈베르트는 유독 그의 시를 좋아했다. ‘정처 없는 떠돌이’라는 이미지가 작곡가의 내면과 공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30대 초반에 요절했다는 사실도 두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뮐러는 1827년 9월에 서른세 살로 세상을 떠났는데, 사인은 의외로 심장마비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해는 베토벤이 (봄에) 사망한 해이기도 하다. 당시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관을 운구하는 데 참여했다고 전한다. 그는 같은 해 10월에<겨울 나그네>를 작곡했고, 이듬해인 1828년에 세상을 떠났다.

슈베르트가 사적인 모임에서 이 곡을 들려주었을 때 친구들은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분위기가 너무 어둡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이처럼 어두운 곡은 슈베르트 본인에게도 그리 좋지 않으리라는 판단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씁쓸히 웃으면서 “이 곡은 이전에 쓴 어떤 작품보다도 나를 감동시킨다네”라고 말했다.

이 연가곡은 첫 곡 ‘밤 인사’부터 마지막 곡 ‘거리의 악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스물네 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슈베르트는 각 곡을 시집에 실린 순서와 달리 자신이 생각한 순서에 따라 재배열했다. 각곡은 서로 이어져 느슨한 줄거리를 이루지만 이 줄거리는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의 심리 추이에 따른 것이다. 슈베르트가 삶의 마지막에 느낀 사랑과 고독을 깊은 사색으로 표현한 <겨울 나그네>는 작곡가가 마지막으로 피워 올린 불꽃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겨울을 앞두고 두 거장이 들려줄 <겨울 나그네>

마티아스 괴르네는 독일 바이마르 출신 성악가로, 음역은 남성 성악의 중저음에 해당하는 바리톤이다. 그는 풍부한 성량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 뛰어난 리듬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독일 가곡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슈베르트의 가곡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니고 있다.

괴르네는 바이마르 시립 오페라의 소년 합창단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나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같은 위대한 성악가들의 가르침을 받았다. 1989년 로베르트 슈만 콩쿠르 2위, 1990년 후고 볼프 콩쿠르 우승 등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건강 때문에 급히 공연을 취소한 피셔디스카우를 대신해 말러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를 부른 것은 그에게 큰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1994년 런던 위그모어 홀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하이페리온 레이블에서 슈베르트 가곡 전집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던 피아니스트 그레이엄 존슨에게 발탁되어 시리즈 가운데 제27집 ‘슈베르트와 슐레겔 형제’를 녹음함으로써 독일 가곡계의 샛별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같은 시리즈의 제30집 <겨울 나그네> 음반은 그가 샛별을 넘어 새로운 대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 음반은 1997년 타임지의 ‘올해의 베스트 음반’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성악계에서 중견을 넘어 어느덧 원로를 내다보는 지점까지 왔지만, 2021년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바그너와 피츠너, 슈트라우스의 가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하는 등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겨울 나그네>는 괴르네가 지금까지 음반만 세번 발매했을 정도로 그의 레퍼토리에서 핵심적인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며, 무대에서 이 곡을 노래한 것은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봐도 괴르네는 이미 2016년에 내한하여 마르쿠스 힌터호이저의 반주로 <겨울 나그네>를 노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피아노 반주를 맡은 인물이 다름 아닌

마리아 조앙 피레스라는 사실이다.


두 거장이 빚어낼 마법 같은 순간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포르투갈이 낳은 피아니스트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녀는 세 살 때 연주를 시작해 일곱 살에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로 신동이었다. 독일에서 정통파 피아니스트로 이름난 빌헬름 켐프를 사사했고, 1970년 브뤼셀에서 열린 베토벤 탄생 200주년 기념 콩쿠르에서 우승함으로써 국제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후 그녀는 1980년대에 손목 부상으로 활동을 쉬거나 2006년에 심장 수술을 받는 등 잠시 공백기를 가진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활동을 이어 왔으며, 여든이 넘은 지금(올해 7월 23일에 80세 생일을 맞았다)도 세계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동안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여겨졌으나 이후 바흐, 쇼팽, 슈베르트, 슈만, 드뷔시 등에서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며 기존의 인식을 떨쳐 버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작품에서 빛을 발했던 맑고 단아하며 섬세한 해석 자체는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할 때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022년 11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는 피레스의 최근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당시 그녀는 드뷔시에서 마법에 가까운 매혹적인 연주를, 슈베르트에서는 차분하고도 깊이 있는 연주를 들려줌으로써 대가의 원숙함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주었다.

마티아스 괴르네와 마리아 조앙 피레스, 이 두 대가를 같은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며, 특히 피레스의 나이를 감안하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이들이 함께하는 공연은 앞으로 없으리라 예상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이 각자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올린 음악성이 한데 만나 어떤 마법을 일으킬 것인지, 생각만해도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겨울을 앞두고 괴르네와 피레스가 들려줄 <겨울 나그네> 공연이 올겨울을 행복하게 날 수 있는 추억을 선사하길 기대한다.


마티아스 괴르네 & 마리아 조앙 피레스 <겨울 나그네>

일시 | 10월 26일(토) 오후 5시

장소 |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문의 |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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