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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NAM FESTIVAL·인터뷰] 오늘, 내일의 예술을 만나다: 성남페스티벌 예술감독 양정웅

지금 동시대의 창작자들 중 예술의 경계를 가장 적극적으로 넘나드는 탐험가가 있다면, 바로 연출가 양정웅이 아닐까. 셰익스피어부터 올림픽 무대까지, 양정웅은 언제나 독보적인 상상력과 미장센으로 동양과 서양, 아날로그와 디지털, 과거와 현재를 융합하며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 왔다. 국내 연극계의 대표 연출가로 출발해 오페라와 무용, 영화, 미디어아트와 초대형 퍼포먼스까지, 그 어떤 틀에도 규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양정웅의 도전이 성남페스티벌에서 펼쳐진다.


남소연 성남문화재단 소통전략부 과장

사진 최재우



제2회 성남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축제와 함께하게 되셨는지요?

성남은 첨단 기술과 IT 그리고 문화와 예술이 함께 발달한 도시라는 점에서 평소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성남아트센터에서는 극단 여행자 시절 공연을 선보인 적도 있고, 관객으로도 종종 찾던 곳이죠. 그런 시간 속에 인연이 있던 분들, 성남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기꺼이 참여하게 됐어요. 지난해 제1회 성남페스티벌에서 탄천에 펼쳐진 아름다운 무대를 저 역시 인상 깊게 봤던 터라, 그런 멋진 페스티벌과 함께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올해 성남페스티벌은 탄천을 중심으로 곳곳의 야외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연출가로서 도시 성남의 어떤 매력, 가능성에 주목하셨는지요?

성남이 지닌 폭넓은 다양성과 그 속의 다채로움이죠. 올드타운과 판교테크노밸리, IT와 문화예술,첨단 산업과 자연처럼 상반된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했어요. 특히 탄천은 그 자체로 무척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저 역시 시간이 날 때면 종종 탄천을 따라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데요, 올해 축제에서도 탄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탄천이 그저 하나의 공연을 위한 배경이라기보다는, 장소특정적 연극(site-specific theater)처럼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의 공간이 되길 바라요. 시민과 방문객들이 탄천의 곳곳을 거닐며 축제가 주는 새로운 경험을 마주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극뿐 아니라 뮤지컬, 오페라, 무용 연출까지 장르를 넘어선 활동을 보여 주고 계시죠.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총연출과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이라는 두 번의 올림픽 무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장르와 규모는 다르지만 이 작업들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작업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장르와 무관하게 언제나 시각적인 연출과 내러티브를 중심에 둡니다. 평창동계 올림픽의 한국적 캐릭터 ‘인면조’와 드론, 미디어아트와 같은 첨단 기술이 세계인들에게 화제가 되었듯, 어떤 서사나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연출과 완성도 높은 미장센을 통해 관객에게 감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해요. 이번 페스티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남페스티벌의 메인 제작 콘텐츠 <이머시브 이모션스(Immersive Emotions)>는 무대 위의 공연 한 편이 아닌, 다양한 예술 장르와 기술이 융합된 콘텐츠라고 들었습니다.

융복합과 IT, AI, 4차 산업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올해 성남페스티벌 취지에 맞춰 메인 콘텐츠도 변화를 주고자 했어요. 저는 스타 주인공 한 명을 내세우기보다 관객이 상호 작용하며 참여하는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이 미래지향적인 대세라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 공연은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트렌드는 물론, 관객이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직접 사진을 찍어 올리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대죠. 그래서 성남페스티벌 역시 일반적인 방식으로 관객과 무대를 구분 짓는 대신 다채로운 참여형 융복합 콘텐츠를 준비했어요. 드넓은 탄천 공간을 펼쳐 놓고 관람객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공간을 선택하고 콘텐츠를 만날 수 있도록 말이죠.


수많은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들로 사랑받는 글로벌 슈퍼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를 <이머시브 이모션스> 콘텐츠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색적입니다.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성남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축제, 전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축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슈퍼IP가 떠올랐죠. 막강한 브랜드 경쟁력과 입체적인 세계관을 지닌 슈퍼IP의 중요성이 문화예술은 물론 산업 분야 전반까지 확대되는 지금, 성남이야말로 이를 기반으로 한 페스티벌이 어울리는 도시입니다. 게임, 웹툰 등 성남의 다양한 IP 기업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IP를 창조하는 중심이 될 테니, 이 축제가 그 시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해요. 세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슈퍼IP의 친근함이 다양한 세대는 물론 글로벌 관광객까지 유입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페스티벌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연극의 텍스트 측면에서는 셰익스피어와 괴테 등 고전의 재해석을 고민하시지만, 이를 무대 위에 구현하는 방식과 창작 전반에서는 디지털과 뉴미디어를 폭넓게 활용하고 계십니다. 올림픽 이후에도 2022년 울산시립미술관에서는 <X미인도>를 통해 미디어 아티스트의 모습을, <파우스트> <맥베스>에서도 LED 패널 등을 활용한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비주얼을 보여 주셨죠. 성남페스티벌에서도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시각적인 요소들이 기대되는데요, 연출가로서 미디어아트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시는지요?

고전은 현재성을 지니고 있어요. 지금 살아가는 현재와의 연결성을 찾을 수 있다는 미덕이 있죠. 저는 형식과 내용 모두 비선형의 내러티브를 선호하는데, 전통과 현재와 미래적인 세계관이 공존하는 콘텐츠의 구상에 미디어아트와 레이저아트, 게임적인 요소들을 즐겨 활용해요. 성남페스티벌의 메인 콘텐츠에서도 IT와 4차 산업, AI 등 성남시의 미래적인 모습을 많이 담아내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관객이 성남페스티벌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요? 또 탄천에 펼쳐질 메인 콘텐츠 존(zone) 중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현장에서 직접 콘텐츠를 선택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자유롭게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형태의 관람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메인 존은 무대의 결과물을 마주하는 기존의 관람 형태가 아닌 몰입형·참여형 콘텐츠인 만큼, 특정한 존을 추천하기보다 전체 존을 고루 경험하는 것이 완성이라고 생각해요. 전시·퍼포먼스·설치미술 등 다양한 형태와 조합으로 꾸며진 각각의 존을 둘러보면서 전체 공간을 직조하고, 때로는 n차 관람으로 관람 순서를 바꿔 보기도 하면서 저마다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제가 바라는 풍경입니다. 우리 모두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축제, 감각과 직관으로 즐기는 새로운 예술과의 만남을 기대해 주세요.


2021년에는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하셨어요. 영화는 무대예술과는 또 다른 메커니즘의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요.

영화는 하루의 현장을 위한 프리프로덕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두 번의 올림픽 무대와 그간의 공연에서 이 과정을 꼼꼼히 챙겨 온 경험이 밑거름이 됐어요. <더 박스>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로드 무비라 로케이션 비중이 큰 점은 차이가 있었지만, 이 역시 야외 공연 경험에서 조금이나마 연결점을 찾을 수 있었죠. 제작 과정보다는 오히려 편집 부분에서 공연과는 다른 새로움을 느꼈는데요, 공연은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족함을 보완해 갈 수 있는 반면, 영화는 한 번의 슈팅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후반 작업으로도 한계가 있다는 부담이 컸어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처럼 배우의 연기, 로케이션 등 그 순간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예술이라는 점이 새로웠죠.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실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다른 장르에도 관심이 많아요. 모든 장르를 직접 경험하고, 각각의 장점을 모아 최상의 결과물로 빚어내는 꿈을 꾸죠. 예술을 통해 축적되는 경험의 산물들, 가 보지 않았지만 앞으로 시도하고픈 도전에 대한 상상, 새로운 형식들, 익숙한 프로시니엄(proscenium) 무대에서 향유자로 경험하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주인공이 되는 공연들… 이 모두가 저를 끊임없이 자극하며 미지의 세계로 향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이제는 문화예술과 창작 분야에서도 생성형 AI 등 신기술의 역할과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I가 지닌 역기능과 그로 인한 이견도 있겠지만, 저는 시대적 변화와 요구가 있다면 이를 막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순기능과 비전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해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디지털과 접점을 찾아야 하는지, 예술가의 사명감으로 그 해답을 찾아 가고 싶죠. 성남페스티벌에서도 기술과 과학의 요소들이 공연예술과 빚어내는 확장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예정된 작업이 있으신지요?

하나의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가치를 확장하며 수많은 이들을 만나는 슈퍼IP가 미래 예술 콘텐츠의 중심이 되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게임,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형태의 슈퍼IP를 공연·전시·미디어아트 등 미래지향적 콘텐츠로 만드는 데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오랫동안 준비 중인 <유미의 세포들> 뮤지컬도 그런 작업 중 하나죠. 디지털 시대의 테크놀로지가 아날로그를 대표하는 인간과 어떤 접점을 갖고 발전할지에 대한 고민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예술적 집시’ 혹은 ‘콘텐츠적 집시’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그 어떤 경계도 설정하지 않고 영역과 장르와 한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상상해 만들 수 있는, 건강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로서 많은 작업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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