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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3] 성남아트리움 작곡가 시리즈: 베토벤 Ⅰ·Ⅱ모두를 위한 베토벤


© shutterstock


2022년 개관 이후 꾸준히 다채로운 기획의 클래식 무대를 선보여 온 성남아트리움. 2023년부터는 ‘작곡가 시리즈’라는 테마 아래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 등 클래식의 대표 작곡가들을 집중 조명하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는데, 언제 들어도 감동적인 명곡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는 것은 공공 공연장의 소임이라 하겠다. 올해의 ‘작곡가 시리즈’는 고전주의 음악의 완성자이자 클래식 음악의 대명사이기도 한 베토벤을 주제로 애호가들의 귀를 만족시킬 계획이다.


양창섭 음악 칼럼니스트


6월: 가장 위대한 5번

6월 26일 첫 공연에서는 영웅적이고 웅장하며 기품 넘치는 악상의 걸작을 산출했던 중기의 전형을 보여 주는 두 작품이 연주된다. 우선 교향곡의 대명사와도 같은 베토벤 5번 교향곡, 이른바 ‘운명’ 교향곡을 들을 수 있다. 베토벤의 제자인 안톤 쉰들러가 베토벤이 유명한 첫 부분을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고 설명했다고 함으로써 이 부제가 붙었지만, 요즘에는 여러 논란으로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을 듣다 보면 ‘운명’이라는 부제도 충분히 설득력 있음을 알게 된다. 베토벤은 친구에게 난청을 비롯한 여러 고난에도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나는 운명의 목을 꽉 움켜쥐겠어. 녀석은 절대로 굽히지 않고 나를 완전히 짓밟고야 말 테니까.” 음악학자 루이스 록우드는 이 교향곡이 “자신의 연약함,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연약함에 저항하는 베토벤의 몸짓을 청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5번 교향곡은 이른바 “고난을 넘어 승리의 환희로”라는, 베토벤에서 말러에 이르는 교향곡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를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듣는 이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 준다. 유명한 1악장은 강렬한 리듬으로 시작해 촘촘하게 짜인 리듬과 음표를 거쳐 갑자기 우리를 덮친다. 3악장부터 서서히 에너지를 쌓아 가던 오케스트라는 팀파니가 긴장을 조성하다 현악기가 점점 커지며 곧바로 이어지는 4악장에서 모든 것을 터뜨린다. 그동안 쉬고 있던 악기들도 모두 합세하며 거대한 강물이 되고 폭포가 되는데, 사실 4악장의 반 정도는 클라이맥스나 다름없을 정도다.

이날의 협주곡 역시 5번 교향곡에 못지않게 유명한 작품,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다. 걸작의 숲이라고 하는 베토벤 중기 작품 중 하나로, 비록 작곡가의 의도와 무관하더라도 ‘황제’라는 부제가 손색이 없는 당당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뉴욕카네기홀이 집계한 자체 통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 피아노 협주곡 1위로 꼽힌 것은 이 곡의 인기를 증명하는 한 사례다.

4번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그러나 훨씬 화려하게 피아노가 서막을 열어젖히는데 이는 카덴차 성격이고, 오케스트라가 주제를 한참 동안 풀어내고 나서야 다시 피아노가 등장한다. 처음부터 독주 악기가 ‘황제’에 어울리는 당당함을 보여 주진 않지만 점차 오케스트라에 동화되면서 성장해 나가는 듯하다. 단순한 아름다움의 극치라고할 만한 2악장을 지나 역시 아타카(attacca)로 3악장에 이어지면 다시 치열하고 웅장한 악상이 펼쳐진다. 이런 상반된 정조의 음악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었던 작곡가가 베토벤임을 느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이날 공연의 지휘자는 인천시향의 예술감독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병욱이다. 고전과 현대, 교향곡과 오페라를 가리지 않는 팔방미인이지만 기본적인 배경은 당연히 독일-오스트리아 음악으로, 최근에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피날레 공연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지휘해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클래식 중의 클래식 연주를 맡아 자신의 장기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황제’를 협연할 피아니스트 이혁은 롱티보 크레스팽 콩쿠르 우승, 하마마츠 콩쿠르 3위 등에 입상한 만 24세의 차세대 피아니스트다. 낭만주의 레퍼토리를 기본으로 삼고 있지만 견고한 해석과 또랑또랑한 터치는 그의 ‘황제’에도 기대를 품게 만든다.


6월: 작곡가 시리즈 Ⅰ

지휘자 이병욱, 피아니스트 이혁

© 강태욱(왼) © 이혁(오)


7월: 걸작의 연주는 계속되다

7월 27일 두 번째 공연에서도 첫 공연에 버금가는 걸작들을 들을 수 있다. 메인 레퍼토리인 베토벤 교향곡 7번은 5번과 기본적인 성격은 비슷하지만 5번처럼 심각하기보다 축제다운 느낌이 물씬하다. 1악장부터 바그너가 ‘춤의 신격화’라고 했다는 4악장까지 리듬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정신을 차릴 수 없이 화려한 1악장이나 4악장은 베토벤의 다른 멋진 악장을 능가하며, 2악장 알레그레토는 적은 음표로 가슴 벅찬 뭉클함이 느껴지는 멋진 사례다. 감동과 쾌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명곡이다.

이 작품의 인기는 5번 교향곡 못지않은데, 이는 영화나 드라마나 광고 등에서 이 곡의 여러 대목들이 사용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가령 1악장은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오프닝 음악이었고 2악장은 영화 <킹스 스피치>, 4악장은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에서 사용되었다.


7월: 작곡가 시리즈 Ⅱ

지휘자 최희준,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 박진호(왼) © DECIMAL(오)


이날 공연에서 7번 교향곡에 앞서 연주될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역시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장르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니, 맨 윗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할 만한 명곡이다. 기교와 정서라는 측면에서 바이올린이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데, 4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기교와 음악성을 뒷받침할 스태미나 역시 요구된다. 오케스트라 역시 때로는 투티로 당당하게 베토벤의 웅혼한 이상을, 때로는 목관을 앞세워 소박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협주곡 역사에서 오케스트라가 독주 악기의 반주가 아니라 분명한 역할을 하며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 것은 (모차르트를 거쳐) 베토벤에 이르러서다.

7월 공연 지휘는 2019년부터 수원시향을 이끌고 있는 최희준 예술감독이 맡는다. 독일 유학파답게 독일-오스트리아 레퍼토리를 기본으로 해 러시아 음악 등 모든 음악에서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연주를 들려주는 최희준 지휘자이기에 더욱 기대된다. 또한 최근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많은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연주자 한수진이 바이올린 협연자로 나선다. “비범한 테크닉과 다양한 표현력으로 진정성 있는 음악을 풀어낸다”(기돈 크레머)는 평가를 받은 그녀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모두 인정하는 난곡이자 대곡을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고, 카덴차 역시 궁금해진다.

두 번의 연주회 모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아 우리에게 명곡들을 들려준다. 오랜 역사와 다양한 연주 경험을 바탕으로 다비트 라일란트 음악감독 취임 이후 더욱 성숙한 사운드를 가꿔 나가고 있는 국립심포니의 베토벤을 기대해 본다.


성남아트리움 작곡가 시리즈 Ⅰ·Ⅱ

일시 | 6월 26일(수) 오후 7시 30분Ⅰ, 7월 27일(토) 오후 5시Ⅱ

장소 | 성남아트리움 대극장

문의 |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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