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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4] 마티네 콘서트 6월·7월: 보헤미아의 숲을 거닐다

올해로 19년째를 맞이하는 성남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는 ‘보헤미아의 숲과 들’이라는 주제 아래 체코 음악의 다양한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6월 공연에서는 ‘드보르자크, 프라하에서 세계로’라는 주제로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미국에 건너가기 직전에 썼던 작품들을 연주하며, 7월 공연은 ‘나는 세상에서 잊히고’라는 주제로 체코 출신의 오스트리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와 체코 국민악파의 거인 레오시 야나체크의 작품을 다룬다.


황진규 음악 칼럼니스트

© shutterstock


올해로 19년째를 맞이하는 성남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는 3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총 열 차례 관객을 만나게 된다. 마티네 콘서트는 2021년부터는 유럽 주요 국가의 음악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2021년에는 프랑스, 2022년에는 영국, 2023년에는 이탈리아가 대상이었고 올해는 체코이다. 3월 공연에서는 ‘보헤미아의 숲과 들’이라는 주제(이는 올해 전체 공연을 아우르는 표제이기도 하다)로 체코 국민악파의 시조인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음악을 다루었고, 4월 공연에서는 ‘프라하의 모차르트’라는 주제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체코 프라하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조명했다. 5월 공연에서는 ‘바로크를 빛낸 보헤미아 음악가들’이라는 주제로 비버, 라이헨나우어, 젤렌카 등 체코 출신 바로크 작곡가들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이쯤에서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체코 작곡가 가운데 가장 유명한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음악은 대체 언제쯤 소개할 것인가? 양해하시라, 잔치에서도 가장 좋은 술을 제일 먼저 내놓지는 않는 법이다. 하지만 너무 질질 끌어 기다리다 지치게 만들어도 좋을 리는 없을 터, 바로 이번 6월 마티네는 이 작곡가의 음악만으로 채우게 된다.


6월: 우리가 기다린 드보르자크

6월 20일에 열릴 공연의 주제는 ‘드보르자크, 프라하에서 세계로’이다. 안토닌 드보르자크는 1892년에 미국 뉴욕에 있는 내셔널 음악원(실제로는 국립이 아니었다)의 원장직을 제안받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 체류는 3년간 이어졌으며, 이 시기를 기점으로 그의 작품 세계가 크게 변화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드보르자크는 이전부터 이미 원숙한 경지에 올라 있었으며, 이는 6월 마티네 콘서트에서 연주할 곡들의 면면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행을 결단하기 훨씬 전인 1882년에 최종 완성한 바이올린 협주곡부터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악상을 들려주며, 1889년에 완성한 교향곡 8번은 미국행으로 인해 국제주의자로 변모하기 이전 체코의 국민 작곡가로서 정점을 알리는 작품이다. 한편 도미 직전인 1891년에 쓴 ‘카니발 서곡’은 화려하고 대담한 악상과 뛰어난 관현악법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비올리스트 겸 지휘자 이승원이 연주를 맡는다. 이승원은 루마니아 BMI 국제 지휘 콩쿠르 및 대만 타이페이 국제 지휘 콩쿠르, 지난 4월 말코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 있으며, 2022/23년 시즌에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에 임명된 데 이어 2023/24년 시즌에는 같은 악단의 수석부지휘자로 지위가 올라갔다. 협연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은 카를 닐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바 있는 재원으로, 2017년 4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 입단한 데 이어 2018년에는 만장일치로 악단 역사상 최초로 동양인 여성 출신 종신 악장이 되었다. 대담하고 개성적인 연주로 이름난 이지윤이 드보르자크 협주곡에서는 어떤 해석을 들려줄지 기대된다.


6월: 드보르자크를 만나다

지휘자 이승원,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 Tae-wook Kang


7월: 마티네만이 가능한 선곡, 말러와 야나체크

4월 공연 주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올해 마티네 콘서트의 주제가 체코 음악이기는 해도 이것이 꼭 체코인 작곡가들의 작품만을 다룬다는 의미는 아니다. 7월 18일에 열릴 마티네 콘서트에서 이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 공연의 주제인 ‘나는 세상에서 잊히고’는 후기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거인 구스타프 말러가 쓴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 중 첫 번째 곡 제목이기도 하다. 오늘날 말러는 유대계 오스트리아 작곡가로 알려져 있지만 태어난 곳은 칼리시테,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곳은 이흘라바로 둘 다 오늘날에는 체코 땅이다. 그런가 하면 프라하에서 자신의 교향곡 7번을 초연하는 등 체코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으며, 체코 음악가들 역시 이런 인연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7월 마티네 콘서트의 전반부는 말러 교향곡 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 악장으로 시작한다. 이 악장은 말러가 아내 알마에게 바치는 연애 편지로 쓴 곡이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중 하나인 루키노 비스콘티가 토마스 만(말러의 지인이었다)의 소설을 각색해 만든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사용함으로써 더욱 유명해졌다. 다음으로 연주할 곡은 앞서 언급한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이다. 이 작품은 말러가 교향곡 5번과 병행해 쓴 가곡으로, 작곡가 특유의 세련된 관현악법과 낭만적인 악상이 결합한 수작이다. 한국 출신 메조 소프라노로서는 처음으로 빈 국립 오페라에 데뷔한 바 있는 양송미가 노래를 맡는다.

7월 마티네 콘서트의 후반부에서는 드보르자크에 이어 체코 국민음악을 이끌어 간 레오시 야나 체크의 대작 교향시 <타라스 불바>가 연주된다. 독일 철학자이며 작곡도 한 바 있는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말러를 높이 평가하면서 제2빈악파 이외 거의 모든 현대 작곡가를 폄하했던 바 있는데, 그가 ‘놀랍도록 독창적’이라면서 유일하게 칭송한 작곡가가 바로 야나체크였다. 이 작곡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해당 콘서트의 주제와 정반대의 삶을 산 인물이기도 하다. 젊었을 때에는 무명으로 지내다가 환갑을 넘어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창성과 창작력으로 걸작을 연이어 쏟아냈기 때문이다. <타라스 불바>는 그의 관현악곡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작품으로,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동명 장편 소설에 기초한 3악장의 작품이다. 명칭 자체는 랩소디(광시곡)이지만 뚜렷한 줄거리를 지니고 있어 보통 교향시로 분류한다. 타라스 불바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일대에서 살았던 자포로제 코자크인들의 투쟁을 그린 작품으로, 야나체크는 작품에 착수한 시점인 1915년에는 체코 민족의 독립을 마음에 품은 채 이 곡을 썼지만 곡을 완성한 1918년에 조국이 염원하던 독립을 이뤘기 때문에 결국 이 곡은 새로 독립한 조국의 밝은 앞날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연주되는 일이 극히 드문 작품으로, 이번 공연은 이 작품과 야나체크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아울러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휘를 맡을 홍석원은 현재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재직하고 있으며 7월 1일부터는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으로서 2년에 걸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는 클래식 음악의 본 고장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오페라 극장에서 수석 카펠마이스터(음악 총괄)를 5년간 역임했으며, 독일음악협회가 선정하는 ‘미래의 마에스트로’에 뽑힌 바 있다. 또 카라얀 탄생 100주년 기념 지휘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는 등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오페라부터 발레, 심포니, 현대음악까지 모든 영역을 다룰 수 있는 지휘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2024년 교향악축제에서 광주시향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3번을 지휘해 강렬한 해석으로 호평받기도 했다. 7월 마티네 콘서트에서는 말러와 야나체크라는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닌 두 작곡가를 한자리에서 어떻게 해석해 낼지 주목된다. 연주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맡을 예정이다.


7월: 말러와 야나체크

지휘자 홍석원,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마티네 콘서트 6월·7월

일시 | 6월 20일, 7월 18일 오전 11시

장소 |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문의 |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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