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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1] 클래식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미래


© APPLE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이래 소리를 저장하는 매체는 꾸준히 바뀌어 왔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클라우드’라 불리는 인터넷 저장소의 음악을 전송하고 재생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 1월, 애플의 클래식 전용 음악 감상 앱인 애플 뮤직 클래시컬(Apple Music Classical)이 드디어 국내에도 정식 출시된 가운데, 애플 뮤직 클래시컬이 클래식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구축할 수 있을지 들여다본다.

 

애플은 스포티파이(spotify)의 경쟁자였던 비츠(Beats) 뮤직을 인수해 2015년에 ‘애플 뮤직’을 선보였다. 2021년에는 클래식 음악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포닉’을 인수해 이듬해 ‘애플 뮤직 클래시컬’을 내놓았고, 2024년 1월 24일부터 한국에서도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 뮤직이 처음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2016년으로, 애플 뮤직 클래시컬은 기존의 애플 뮤직과 별개의 서비스가 아니라 같은 백엔드(backend, 즉 ‘엔진’)에 별개의 앱을 사용해 사용자경험을 분리해 낸 것이다. 그래서 애플 뮤직 구독자는 애플 뮤직 클래시컬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애플 뮤직이 클래식 음악을 따로 분리한 것은 클래식 음악의 특수성과 그에 따른 메타데이터(metadata) 때문이다. 즉 연주자와 작곡가가 분리되고, 교향곡·협주곡·소나타 등의 제목으로 여러 작곡가의 다양한 작품이 있으며, 그것이 또 여러 악장으로 나뉘는 등의 특성 때문에 기존 애플 뮤직으로는 원하는 음악을 검색하는 데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애플 뮤직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런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쉽게 해결될 성질이 아닌 데다가 그나마 애플 뮤직이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교해 단점이 덜하기도 했다.

애플 뮤직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 1위가 아니다. 클래식 음악에 한정하면 이다지오(IDAGIO)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글쓴이는 애플 뮤직과 특히 애플 뮤직 클래시컬이 시장의 판도를 결정하는 위치를 굳힐 것으로 예상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애플의 도전: 비주류에서 주류를 꿈꾸다

첫째, 애플 뮤직이 확보한 음원의 방대함이다. 통계의 함정이 있는 ‘객관적인 수치’를 내세우는 대신, 이 글에서는 몇 가지 징후적인 사건들을 거론하겠다. 애플은 2016년에 경쟁 스트리밍 업체인 ‘타이달’의 인수를 시도한 일이 있다. 2017년에는 음반사 낙소스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클래식스 온라인’ 사업을 중단했다. 공식적인 사업 중단 이유는 기술 제휴사가 영업을 중단했기 때문이었다. 2023년에는 애플이 클래식 전문 음반사 BIS를 인수했다.

무엇보다도 애플 뮤직 클래시컬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파리 국립 오페라, 카네기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유명 연주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의 공연 실황 음원을 일정 기간 독점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서울 애플 명동에서 열린 애플 뮤직 클래시컬 출시 기자 간담회.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쇼케이스로 화제를 모았다© APPLE

 

공룡 기업인 애플은 음반사와 경쟁 스트리밍 업체를 가리지 않고 인수할 수 있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으며,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현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음악 스트리밍과 관련해 애플의 진짜 경쟁자는 음악 산업에 속한 기업이 아니라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술 기업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애플만큼 음악 산업에 진지한 태도를 보여 준 기업은 없으며, 클래식 음악에 한정하면 더더욱 그렇다.

둘째, 애플 뮤직은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라는 새로운 기술을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돌비 애트모스는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가변 16채널 오디오’다. 모노 녹음과 스테레오 녹음이 완전히 다른 청각 경험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돌비 애트모스로 녹음된 음악을 올바른 재생 장치로 들으면 기존의 스테레오 (즉 2채널) 음원과는 차원이 다른 청각 경험을 할 수 있다.

멀티채널 오디오 기술이 나온 것은 수십 년 전이며 돌비 애트모스 기술이 나온 것은 2012년이다. 그러나 미디어 업계는 멀티채널 녹음을 도입하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소비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2021년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애플 뮤직이 돌비 애트모스를 전격 도입한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돌비 애트모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있었으나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애플이 나서면서, 음반사들은 앞 다투어 돌비 애트모스로 녹음된 음원을 내놓거나 기존 음반을 돌비 애트모스로 리마스터링해서 내놓기 시작했다.

돌비 애트모스 녹음을 재생하려면 멀티채널 오디오와 더불어 이른바 ‘사운드 오브젝트(Sound Object)’를 처리할 수 있는 장치(리시버)가 필요하다. 오늘날 TV에 흔히 연결해 사용하는 사운드바, 또는 스마트폰에 연결된 이어폰·헤드폰 종류로도 제한적으로 돌비 애트모스 재생이 가능하다(다만, 이어폰·헤드폰으로 재생하는 돌비 애트모스는 공간감을 위해 전체적인 음질을 희생하는 주객전도가 될 수 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이어폰·헤드폰으로 재생하는 돌비 애트모스는 물리적인 2채널 스피커에 소리의 위상을 변화시키는 등의 기술로 가상의 멀티채널 오디오를 구현한 것이다. 즉 채널당 정보량을 희생한다).

셋째, 애플이 구축한 기술 생태계에서 오는 편리함이다. 애플 뮤직 또는 애플 뮤직 클래시컬을 이용하려면 애플에서 만든 재생 기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애플에서 만든 기기로 애플 뮤직을 이용하는 것과 다른 기기로 이용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것은 애플의 시장 지배력이 그다지 크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일 수 있으므로 개인적인 경험만을 짧게 소개하겠다.

내가 사용하는 전화기, 손목시계, 태블릿 컴퓨터와 데스크톱 컴퓨터, 오디오와 TV 셋톱박스 등은 모두 애플 제품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아이폰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애플의 오늘을 만든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고도 2년이 지난 2013년부터였고, 애플 컴퓨터의 사용은 2015년에 나온 애플 뮤직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기기의 시너지 효과를 경험한 이후 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국내에도 유의미한 숫자로 존재한다.

글쓴이는 애플 뮤직 외에도 스포티파이, 타이달, 코부스, 낙소스 뮤직 라이브러리, 유튜브 뮤직, 클래식 음악 전문 서비스인 이다지오, 그리고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베를린 필 디지털 콘서트홀과 메디치TV 등을 사용해 보았다. 그러나 이 글에서 구체적인 비교를 하지는 않겠다. 특정 기업이 구축한 테크놀로지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내리는 평가가 공정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 서비스는 일정 기간 무료로 사용해 볼 수 있으므로 직접 경험해 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사람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가상현실 기술이 대중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베를린 필하모닉홀과 무지크페라인잘과 라스칼라 오페라 극장에서 하는 공연 실황이 가상현실 형태로 실황 중계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애플은 최근 ‘비전 프로’라는 고글 형태의 제품을 출시했다. 미래가 멀리 있지 않다.

 

클래식 음악 전문 스트리밍 채널 ‘이다지오’


김원철 음악 칼럼니스트

통영국제음악재단 홍보마케팅팀 소속. 주요 출판물로 『오페라 속의 미학 I』(음악세계, 2017) 중 ‘물결치는 사랑과 바그너식 열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연주 분석에 바탕을 둔 학술적 연주비평 가능성 모색: 정명훈이 지휘한 2006~2009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를 중심으로」(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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