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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6] 클라라 주미 강 바이올린 리사이틀: 주미 강의 ‘인생곡’을 만나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하 주미 강)이 9월 7일 성남아트리움에서 독주회를 가진다. 이번 공연은 클라라 주미 강이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살아온 삶에서 특히 큰 의미를 지니는 곡 위주로 프로그램을 꾸려 특히 눈길을 끈다.


황진규 칼럼니스트


1부는 클라라 주미 강의 어린 시절에 큰 영향을 준 작품 두 개로 꾸며진다. 첫 곡은 주세페 타르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4번으로, ‘악마의 트릴’이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작곡가가 꿈속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들은 연주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는 일화에서 이 별명이 생겼다. 클라라 주미 강이 4~5세 무렵에 처음 연주했던 곡이기도 하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F단조, Op. 80>은 주미 강이 8세 무렵에 접하고 큰 충격을 받은 작품이다. 타르티니의 소나타와는 ‘트릴(두 음을 교대로 빠르게 떨듯이 소리 내는 주법)’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타르티니의 곡 피날레는 트릴과 고난도의 기교가 난무하는 악장이며,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1악장은 트릴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르티니의 화려한 트릴과는 다르게 프로코피예프의 트릴은 음산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강조한다. 이 곡이 1938~46년에 작곡되었고 그 대부분은 제2차 세계 대전 기간이었음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주미 강은 왜 이 곡을 골랐을까? “소나타 1번은 프로코피예프가 제2차 세계 대전 때 작곡한 곡인데 요즘의 현실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마 지금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일깨우려 한 듯하다.

2부 순서는 사제지간으로 엮인 두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을 다룬다. 에르네스트 쇼송은 자전거 사고로 44세에 불행하게 세상을 뜨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작품을 남겼을 작곡가이다. 친구이자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외젠 이자이의 권유를 받아 쓴 <시곡>은 환상적인 느낌이 가득한 걸작이다. 주미 강이 무척 즐겨 연주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은 쇼송의 스승이었던 세자르 프랑크가 쓴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FWV8>가 장식한다. 이 곡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등장한 여러 걸작 바이올린 소나타 가운데 단연 선두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척 사랑받는 곡으로, 주미 강은 국내 관객들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이 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밝혔다.

주미 강은 지난해 여름부터 170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튜니스’로 연주하고 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 바이올린은 “세공하기 전 다이아 원석 같은, 남성적인 느낌을 준다”고 한다. 주미 강이이 바이올린으로 늦여름의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연주를 들려주길 기대한다.


© Marco Borggreve


클라라 주미 강 바이올린 리사이틀

일시 | 9월 7일(토) 오후 5시

장소 | 성남아트리움 대극장

문의 |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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