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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7]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 짧은 이야기가 남기는 긴 여운

올가을 성남아트리움 무대에 극단 물결의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이 찾아온다. 모파상의 단편 소설을 바탕 삼아 고전 텍스트가 가진 아름다움과 깊이를 배우의 말과 움직임을 통해 세련되고 감각적인 무대 언어로 치환한 작품으로, 시청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사랑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남기는 공연이다.


김주연 연극 평론가 | 사진 제공 극단 물결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은 평생 동안 300여 편의 단편 소설을 남겼다. <목걸이> <비곗덩어리>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의 단편들은 건조한 톤으로 삶의 단면을 들추거나 잔인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짤막한 이야기들이지만, 책장을 덮은 뒤 계속 생각나고 고민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의자 고치는 여인>도 마찬가지이다. 한 남자를 55년이나 쫓아다니면서 일방적이고도 헌신적인 사랑을 바친 어느 여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에는 가슴 시린 로맨스도, 뜻밖의 반전도 없지만 다 읽고 나면 이 여인의 삶에 사랑은 과연 무슨 의미였을까 하는 의문과 질문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송현옥 연출이 이끄는 극단 물결의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은 바로 이런 모파상의 묵직한 질문과 긴 여운을 무대 위로 끌어들여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는 작품이다. 극 중 의자 고치는 여인의 사랑을 놓고 벌어지는 배우들의 논쟁은 무대를 넘어 관객석까지 이어지면서 극장을 사유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무대와 객석을 연결하는 직접적인 토론 형식을 활용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문학·연극·무용·음악·미술·영상 등 다양한 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총체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극단 물결이 꾸준히 추구해 온 공연 스타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의자’라는 오브제의 다채로운 활용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배우들의 신체 움직임이 어우러져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은유와 상징이 풍부한 그림 같은 무대를 빚어내었다.

<의자 고치는 여인>은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서 올해의 신작으로 첫 무대를 선보인 이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과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중소규모 콘텐츠 지원에 선정되면서 이번에 성남 무대에도 오르게 되었다. 짤막한 이야기를 통해 길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모파상의 매력을 눈과 귀를 사로잡는 시청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 Sang Hoon Ok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

일시 | 9월 13일(금) 오후 7시, 14일(토) 오후 2시·6시

장소 | 성남아트리움 대극장

문의 |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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