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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SNART F/W PREVIEW·공연] 지금, 성남에서 오직, 성남에서만: 2024 성남아트센터 하반기 미리보기

2024년 가을, 성남아트센터가 준비한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거장이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은 세계 공연계의 별들과 국내 초연 화제작, 세대와 장르를 넘어선 명품 라인업의 야외 콘서트가 관객을 기다린다.


남소연 성남문화재단 소통전략부 과장


파크 콘서트 전경 © 최재우


머리 위에서 피루에트? 서커스와 발레의 경이로운 만남

<백조의 호수> 147년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작품! 우리가 알던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는 잠시 잊어도 좋다. 오는 8월 23일~25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을 앞둔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Xi’an Acrobatic Troupe)의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는 이제껏 접하지 못한 새로운 전율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차이콥스키의 음악 속에 중국 곡예 예술의 전통·기교, 서양 고전 발레의 우아함을 절묘하게 결합해 인간의 몸이 빚어내는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펼쳐 낸다. 남성 무용수의 머리 위에서 아라베스크 자세를 취하는 여성 무용수의 경이로운 자태에서는 심장이 절로 쫄깃해지는 ‘로맨틱 스릴’의 진면모를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후프와 장대, 와이어 등을 활용한 공중 곡예와 트램펄린 묘기 등 100개 이상의 현란한 아크로바틱 기술이 끊임없이 펼쳐지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백조의 호수>의 저주에 걸린 공주와 왕자의 이야기는 살리되 화려하고 이국적인 동양의 배경, 비극을 벗어난 결말 등으로 변화를 더해, 해피 엔딩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한층 더 행복한 여운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가곡의 왕, 성남으로 돌아오다

풍부하면서도 중후한 음색으로 긴 세월 독일 예술가곡(리트) 스페셜리스트로 자리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Matthias Goerne)는 성남아트센터와 특별한 인연을 지닌 성악가다. 괴르네는 2005년 최초 내한 무대로 성남을 선택, 성남아트센터 개관 페스티벌 공연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의 열띤 찬사를 받은 데 이어 2015년 개관 10주년 무대에도 함께하며 인연을 이어 갔다.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 © Xian Acrobatic Troupe


그리고 2024년 성남문화재단 창립 20주년을 맞아, 10월 26일(토)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Winterreise)>로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독일 가곡을 대표하는 걸작 <겨울 나그네>는 괴르네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음반과 실연으로 수백 회의 무대를 소화하며 극찬받아 온 대표 레퍼토리로, 2024년의 괴르네가 연륜과 깊이로 빚어낼 해석이 기대된다. 특히 이번 내한에 함께할 파트너가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Maria Joao Pires)라는 점도 더욱 기대를 모은다. 특유의 섬세하고 투명한 피아니즘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피레스는 독주자로서의 눈부신 성취와 더불어 실내악과 가곡 연주에도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2023년부터 괴르네와 음악적 동반자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저 노래의 ‘반주’가 아닌, 작품을 만들어 가는 동등한 파트너로서 피레스와 괴르네가 빚어낼 아름다운 앙상블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좌) © Caroline de Bon /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우) © May Zircus


가을, 도시 곳곳이 축제로 물들다

푸른 숲, 맑은 공기 그리고 최고의 뮤지션들이 함께하는 야외 콘서트. 성남시를 대표하는 여름의 아이콘 파크 콘서트가 올해는 초가을, 9월 7일부터 10월 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총 다섯 차례 관객을 만난다. 9월 7일은 최근 K-POP 시장의 대세가 된 밴드 음악으로 신나게 문을 연다. 꽃미남 보이밴드 엔플라잉, 일상의 공감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노래하는 98년생 동갑내기 4인조 밴드 설(SURL)은 늦여름의 페스티벌 같은 파크 콘서트의 오프닝에 더없이 어울리는 주인공이다. 9월 14일에는 덤덤한 듯 평범하게 독특한 색채의 음악을 들려주는 장기하와 담백하지만 확고한 개성의 발라더 카더가든이 9월의 밤을 물들인다.

이자람 판소리 <노인과 바다> © 완성플레이그라운드


다음으로 9월 21일은 흥겨운 떼창이 절로 예상되는 무대.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 출신 국민가수 장민호와 양지은, 정동원이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맛깔난 음악을 들려준다. 9월 28일은 믿고 듣는 보컬 이무진의 차례. 초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팬 층을 보유한 이무진의 감성 가득 보컬로 촉촉한 가을밤을 즐겨 보는 것도 좋겠다. 10월 5일 공연은 제2회 성남페스티벌의 개막을 알리며 성남시민과 관객 모두 하나 되는 무대가 펼쳐지고, 파크 콘서트의 여운이 가시기 전 선물처럼 찾아올 피크닉 콘서트는 10월 8일(화) 성남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2024 성남페스티벌’은 10월 5일부터 13일까지 펼쳐진다. ‘첨단기술과 예술의 융복합 콘텐츠로 사람을 잇는다’는 기본 테마 아래 성남아트센터와 율동공원, 중앙공원, 판교, 성남종합운동장까지 성남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시민을 만난다. 10월 11일(금)부터 13일(일)까지 선보이는 메인 제작 콘텐츠는 대한민국 대표 연출가 양정웅이 예술감독을 맡아 상상을 뛰어넘는 신선한 무대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순수예술 감상 입문자들이 공연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입문 프로그램인 앙트레 콘서트는 국악과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해설과 함께 진행한다. 어린이들에게도 친숙한 <미녀와 야수> 이야기를 뮤지컬 발레로 꾸민 인천시티발레단의 <미녀와 야수>(10월 3일 오후 2시, 오페라하우스), 헤밍웨이의 소설을 다재다능한 소리꾼 이자람의 해설과 판소리로 즐길 수 있는 <노인과 바다>(10월 5일 오후 5시, 오페라하우스)가 공연예술과 친해지고 싶은 관객들을 기다린다.


오직 성남에서만, 칸의 여왕을 만나다

연극과 극예술을 사랑하는 애호가라면 11월을 주목하자. 성남아트센터가 실로 오랜만에 엄선한 세계 연극계의 화제작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세계 공연예술계의 명연출가로 꼽히는 ‘이미지극의 대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과 프랑스 국민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의 조우. <르 피가로>가 ‘실로 완벽한 듀오’라고 극찬한 두 거장의 만남으로 세계 공연계에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Mary Said What She Said>를 11월 1일과 2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2019년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 초연 이후 유럽 주요 극장에서 상연되며 극찬받은 이 작품은 1587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여왕 메리가 자신의 운명을 뒤흔드는 시대에 맞서 싸우는 진실을 독백으로 다룬 1인극이다. 온전히 홀로 무대를 책임지며 처절한 독백을 들려줄 위페르는 로버트 윌슨이 만든 왕좌의 유일무이한 여왕으로 선택받은 대배우이자, 칸 영화제 여우 주연상 2회,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은막의 여왕’이다. 1971년 데뷔 이후 100편 이상의 작품에서 매 순간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 온 위페르는 국내 관객에게는 2024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여행자의 필요>, <클레어의 카메라> 등 홍상수 감독과의 파트너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크린에서만 보던 그녀의 연기를 무대 위 실연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특별한 기회다.

연출가 로버트 윌슨, 프랑스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Mary Said What She Said> © Lucie Jansch


위페르의 연기와 더불어 음악과 조명, 무대 연출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탈리아 출신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영화 음악의 거장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 빛과 그림자만으로 만들어 내는 로버트 윌슨 특유의 우아한 시각 미학은 위페르의 절제된 움직임과 어우러져 시적인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마치 화가가 창조한 듯한 빛의 풍경 앞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는 <르 몽드>의 평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로버트 윌슨과 이자벨 위페르이기에 가능한 놀라운 무대가 펼쳐질 날이 머지않았다. 그 어디도 아닌, 오직 성남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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