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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아카데미 플러스 명사 특강: 지금 여기, 함께 예술을 이야기하다

우리 시대의 예술가들이 들려주는 예술과 삶, 무대 이면의 생생한 이야기가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아카데미 명사 특강으로 총 4회에 걸쳐 펼쳐졌다. ‘낭만과 열정-예술가에게 듣는 살아 있는 예술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네 명의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철학과 연륜으로 들려준 무대 뒤 진솔한 이야기들은 함께한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 주었다.


남소연 성남문화재단 소통전략부 과장 사진 최재우


박기영 교수


명사 특강 시리즈는 6월 18일(화), 한국 포크 그룹의 전설 동물원의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한 박기영 홍익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의 ‘동물원을 통해 본 한국 대중가요사’로 시작했다. ‘널 사랑하겠어’ ‘혜화동’ ‘거리에서’ 등 동물원의 명곡 메들리를 직접 피아노로 들려주며 시작한 강연은 동물원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 대중음악사의 흐름을 차근히 짚어 가며 진행되었다. 송창식·김민기·윤형주 등 젊은 포크 뮤지션들이 기존 음악과 차별화된 ‘대중음악’을 선보이며 새롭게 태동한 청년 문화를 대변했던 70년대를 시작으로, 1988년 그룹 동물원의 결성과 더불어 80년대 후반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활약으로 이어졌다. 당시 음악 트렌드와 조금은 달랐던 동물원의 수수하지만 독특한 사운드 탄생의 배경, 기존 인습을 부정하는 과감함으로언더그라운드 신을 이끌며 대중음악계를 뒤집어 놓은 들국화의 활약, 김현식·봄여름가을겨울·조동진·시인과촌장·신촌블루스·유재하 등 ‘딴따라’ 아닌 ‘아티스트’들의 등장까지, 한국 대중음악사의 중심에서 변화를 지켜본 장본인의 생생한 이야기가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강의는 박 교수가 직접 동물원의 ‘잊혀지는 것’을 라이브로 들려주는 특별한 앙코르로 막을 내렸다.

6월 25일(화)에는 성남을 대표하는 국악인, 방영기 명창의 국악 이야기 ‘팔도 소리를 찾아서’가 펼쳐졌다. 국가무형유산 선소리산타령 보존회 이사장이자 전승교육사로, 또 성남 지역문화재·전통문화 발굴과 전승자로 평생 헌신한 방영기 명창은 우리 소리와 전통문화에 지닌 애정을 바탕으로 흥겨움 가득한 1시간을 꾸몄다. 정갈한 순백의 두루마기 차림으로 등장한 방 명창은 팔도 소리의 특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각 지방을 대표하는 민요들을 직접 노래하고, 친근한 유머로 노련 하게 청중의 호응을 이끌었다. 오전 시간부터 힘있게 뻗어 나가는 방 명창의 우리 가락에 수강생들 모두 함께 어우러지며, 미디어홀은 유쾌한 우리 소리 한마당으로 변신했다.

국악인 방영기


두렵지만 행복한 존재, 무대

7월 2일, 세 번째 명사 특강은 배우 박정자의 차례. 지난해 <고도를 기다리며>에 이어 현재 <햄릿>과 뮤지컬 <영웅>까지 왕성히 활동 중인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 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꼿꼿하고 명민한 모습은 한 시대를 풍미하는 대배우의 면모 그 자체였다. 무대에서 깨달은 삶의 철학을 차분히 들려준 박정자는 젊은 시절 임영웅 연출가의 <위기의 여자> 당시 캐스팅 우선순위가 아니었지만 결국 배역을 맡은 뒤 한국 연극사에 큰 획을 긋는 작품으로 남았다며, 일상의 고정 관념을 깨는 노력을 당부했다. 2016 년 국립극장 <햄릿> 당시 오필리어의 아버지 포르니우스 역, <고도를 기다리며>의 럭키 등 남성 배역을 맡은 데 대해서는 “남자건 여자건, 주인공이건 아니건 내겐 모두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라는 묵직한 한마디를 남겼다. 객석에 자리한 6년차 무명 배우가 “연극을 하며 힘든 점을 어떻게 극복하셨느냐”고 묻자. 그는 “나 역시 지금도 무대가 힘들다. 조명이 비추면 오직 실수하지 않도록 기도한다. 거기서 더 바랄 게 있다면 관객에게 감동을 선물하는 것”이라는 답을 전했다. 여전히 무대가 두렵다는 대배우의 겸손함에 객석 역시 숙연해진 순간이었다.

배우 박정자


마지막은 ‘마당놀이’의 대명사이자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예인 김성녀의 순서. 평생을 배우이자 국악인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김성녀의 무대인생을 압축적으로 돌아보는 자리였다. 전통 연희를 바탕으로 탄생한 한국적 연극 ‘마당놀이’는 장르이기 이전에 김성녀 그 자체였던 만큼, 마당놀이를 매개로 한 김성녀 예술의 변천사와 에피소드가 가득 펼쳐졌다. 삶과 사람의 소통 공간인 ‘마당’에서 펼쳐지는 인간애와 해학, 즉흥 연기, 기발한 연출과 관객 참여가 어우러진 마당놀이의 30년 역사는 김성녀가 걸어온 예인의 세월 그 자체였다. ‘30년 타성에 젖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마당놀이를 그만두었다’던 김성녀지만, 오는 12월에는 국립창극단의 마당놀이 재건 10주년을 맞이해 ‘전설의 귀환’다운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전했다.



함께 공감하며 완성하는 ‘우리’의 시간

네 명의 예술가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대한 현장 반응은 어땠을까? “50대 전후 감성에 꼭 맞는 강사와 강의”(1회 박기영), “전문적인 지식과 소리를 곁들인 강의로 귀에 쏙 들어오는 즐거운 시간”(2회 방영기), “한 분야를 걸어온 장인들의 말씀에는 힘이 있다는 점을 느꼈다”(3회 박정자), “전문적인 용어도 수강생 눈높이에 맞춰 어렵지 않게 설명해 줘 좋았다”(4회 김성녀)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배우 박정자가 특강 현장에서 남긴 “연극은 관객 여러분이 완성시키는 것이다. 나의 참여로 이 연극을 완성시키겠다 생각한다면, 연극은 여러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함께 나누는 그곳에서, 연극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은 아카데미가 준비한 예술 강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을 함께 이야기하고 만들어 가는 아카데미의 시간들 역시 수강생의 참여와 공감으로 한층 더 뜻깊게 완성될 수 있다. 예술의 아름다움, 배움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도록 촘촘히 고민하며 기획한 특별한 시간들은 2024년 2학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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