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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3] 연극만원 <컬렉티드 스토리즈> <슈만>


<컬렉티드 스토리즈> 사진 제공: 극단 기일게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호평받은 명작 연극들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성남아트센터의 연극만원(滿員) 시리즈. 봄기운 가득한 4월과 5월에는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두 여성 작가의 미묘한 관계와 감정선을 지적이고 섬세한 대사를 통해 선보이는 <컬렉티드 스토리즈>와 클래식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로맨스의 주인공인 세 음악가의 일화를 아름다운 선율 속에 담아낸 <슈만>. 두 편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복잡미묘한 예술가의 내면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만날 수 있다.


김주연 연극 평론가


컬렉티드 스토리즈: 촘촘한 언어 속에 드러나는 작가의 시선

도널드 마굴리스 작, 박선희 연출의 <컬렉티드 스토리즈>는 매우 치밀하고 정교한 언어들로 이루어진 연극이다. 등장인물이라고는 50대 작가 겸 교수 루스와 20대 작가 지망생 리사 두 사람밖에 나오지 않고 1990년부터 1996년까지 루스의 아파트 거실만을 배경으로 하는 아주 컴팩트한 이야기임에도,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팽팽한 대화들은 가르친다는 것과 배운다는 것, 예술가의 열정과 윤리 사이의 모순,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엇갈리며 빚어내는 갈등 등 매우 민감하고도 날카로운 주제들을 흥미롭게 펼쳐 내고 있다.

저명한 단편 소설 작가인 루스를 숭배하던 작가 지망생 리사는 6년간 루스의 조교로, 또 제자로 그녀의 지도를 받으며 어느덧 인정받는 신인 작가로 성장해 간다. 단편 소설집 출간 후 호평을 받은 리사는 루스의 가장 사적인 경험을 토대로 장편 소설을 발표해 큰 주목을 받고, 이에 루스는 크게 분노하고 상처받는다. 자신은 배운 대로, 예술가로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리사와 그런 리사를 용납할 수 없는 루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고, 결국 두 사람은 어떤 교차점도 만들어 내지 못한 채 등을 돌린다.

언뜻 보면 이 작품은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루스와 새로운 세대를 상징하는 리사를 통해 각기 다 른 세대에 속한 예술가들의 입장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듯 보이지만, 작가가 치밀하고 촘촘하게 쌓아 올린 언어와 대사의 결 사이로 두 인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살짝살짝 드러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대사와 장면의 반복속에 작가가 은밀하게 숨겨 놓은 복선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두 인물의 이중성을 은근히 암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예를 들어 첫 장면에서 리사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건네지만 루스는 자신이 그녀를 초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또 그녀의 원고를 읽은 뒤에는 “너는 내가 생각한 애가 아니구나. 너는 딱히 네 글처럼 생기지 않았어”라고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이미 작가는 리사가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며 루스의 판단과는 ‘다른’ 내면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후반부로 가면 작가의 비판적인 시선은 리사의 이중성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다.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루스의 사적인 이야기로 소설을 써서 유명해진 리사는 굳이 루스를 찾아와 길고 긴 변명을 늘어놓지만, 1막부터 반복되는 리사의 대사들은 그녀의 대답이, 나아가 그녀의 사고가 상대가 아닌 오로지 ‘자신’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자신을 위해서만 판단을 내리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리사가 루스를 위해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실은 모두 이기적인 선택이 었을 뿐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 맥락에서 유명 작가가 된 리사가 자신을 동경해 쫓아다니는 대학생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데 그 애는 사실 제 얘기에는 관심이 없고, 저한테 자기 얘기를 하고싶은 거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작가는 루스의 입장에 처한 리사의 입을 통해, 리사가 루스에게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이 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고백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컬렉티드 스토리즈>는 이처럼 섬세하고 치밀하게 쌓아 올린 언어의 결들 속에서 인물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선이 은근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연 내내 관객들은 루스와 리사 두 사람의 입장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이는 그들 각자가 보여 주는 작가로서의 윤리관과 예술에 대한 태도가 매우 다르면서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공연 내내 두 사람이 이어 가는 팽팽한 논쟁과 대립이 입체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두 배우가 만들어 내는 호흡과 긴장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무대에서는 임유영과 정윤경, 윤소희와 이현지가 각각 루스와 리사 역을 맡아 각자의 입장과 내면을 섬세하고도 설득력 있게 펼칠 예정이다.


슈만: 음악보다 아름다웠던 그들의 열정

연극 <슈만>은 클래식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작곡가로 손꼽히는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그들의 뮤즈 클라라, 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이 중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슈만은 누구보다도 섬세한 정신과 뜨거운 열정을 지닌 예술가이다. 그는 스승의 딸 클라라를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지고 그 넘치는 감정을 담아낸 무수한 명곡을 작곡하지만, 중년 이후 정신 착란 증세로 인해 비극적이고 슬픈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그의 영원한 뮤즈인 아내 클라라 역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예술가였으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슈만과 결혼한 뒤에는 가정과 아이들을 돌보면서 남편의 작업에 영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한편, 일찍이 슈만이 그 탁월한 재능을 알아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젊은 작곡가 브람스는 스승의 아내인 클라라에게 깊은 연모의 정을 느끼게 되고, 이후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클라라의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그들의 엇갈린 만남은 각자의 삶에 오랫동안 선명한 흔적을 남기고 음악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겼는데, 연극 <슈만>은 바로 이들의 미묘한 관계와 음악보다 더 치열하고 아름다웠던 그들의 열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품이다.

공연 중에 흐르는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작품에 서정을 더하며 박상민·원기준·윤서현·이일화·채시현·최현상·최성민 등 탄탄한 연기력과 서로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7명의 배우들이 세 인물의 미묘한 감정을 입체적으로 무대 위에 그려 낸다.


<슈만> 사진 제공: PH E&M, UMI 엔터테인먼트


연극만원 <컬렉티드 스토리즈> <슈만>*

일시 | 4월 19일~21일, 5월 10~12일*,

오후 7시 30분(금), 오후 2시·6시(토·일)

장소 |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문의 |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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