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2025년 공연예술계 살펴보기: 클래식부터 연극까지, 현장에서 더욱 빛나는 감동을 만나다
- artviewzine
-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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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3월 6일
2025년 문화예술계를 전망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AI가 근래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화, 미술, 광고, 건축, 패션 등의 제작 또는 창작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세계를 강타한 AI 폭풍이 공연예술계에선 그다지 위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 예술가와 관객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즉각적이고 생생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공연예술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아날로그적인 공연예술의 가치는 오히려 부각되는 셈이다. 올해에도 라이브니스(liveness, 현장성)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들이 대거 관객을 찾아온다.

2025년에는 국내 주요 공연장 중 이른바 ‘꺾어지는 해’를 맞은 곳이 많다. 국립정동극장 30주년, LG아트센터 25주년, 성남아트센터·충무아트센터·극장용·김해문화의전당 20주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10주년은 대표적이다. 이들 공연장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공연장들의 개관이 주목된다.
새로운 도약과 확장을 준비하는 공연장들
우선 GS그룹의 GS아트센터가 4월 24일 개관한다. 1,211석 규모의 GS아트센터는 (구)LG아트센터 역삼의 마곡 이전 이후 비어 있던 서울 역삼역 GS타워 공연장을 리뉴얼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6월 29일까지 9편(25회)으로 개관 페스티벌을 연다.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가를 조명하겠다는 GS아트센터의 올해 게스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각예술가 겸 연출가 윌리엄 켄트리지, 스페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다.
오는 6월 20일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홀인 부산콘서트홀도 개관한다. 빈야드 스타일의 대공연장(2,011석)과 소공연장(400석)으로 이뤄진 부산콘서트홀은 비수도권 최초로 클래식 콘서트홀에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현재 건설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는 2027년 하반기 개관 예정이다. 한국의 제2도시이면서도 문화 불모지로 알려졌던 부산은 2008년 롯데그룹의 1000억 원 기부 약정과 2010년 주한미군의 하야리아 부대 부지 반환을 계기로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 건립을 추진했다. 그리고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부산콘서트홀이 먼저 문을 열게 됐다. 지난해 두 공연장의 예술감독으로 지휘자 정명훈이 선임됐으며 운영 조직인 ‘클래식 부산’이 설립됐다. 부산콘서트홀은 6월 20~28일 베토벤을 테마로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개관 페스티벌을 연 뒤 연말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롯데그룹은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의 상영관 한 곳을 개조해 올여름 459석의 공연장으로 개관한다. 침체가 길어지는 영화 시장과 달리 공연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서다. 2024년 티켓 매출로 본 공연(대중음악 포함) 시장 규모는 1조4421억 원으로 영화 시장 1조2614억 원을 넘어서서, 2023년 첫 추월 이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잠실 롯데월드 외부에 뮤지컬 전용 극장인 1,260석의 샤롯데씨어터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새로 생긴 공연장에 뮤지컬과 함께 연극도 올릴 예정이다.
별들의 내한… 풍성한 클래식 음악계
올해에는 부산콘서트홀 개관도 있어서 어느 때보다 클래식 음악 무대가 호화롭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과 스타 연주자들의 공연이 잇따라 열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세계 3대 악단’이 명지휘자들과 11월 잇따라 내한한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키릴 페트렌코, 빈 필하모닉은 크리스티안 틸레만,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는 클라우스 메켈레가 각각 지휘봉을 잡는다.
이 외에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4월),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4월), 베를린방송 교향악단(5월), 뉴욕 필하모닉(6월), 파리 오케스트라(6월), 밤베르크 심포니(5월 말·6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7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9월), 라 스칼라 필하모닉(9월), 런던 필하모닉(10월), 북독일 방송 엘프필하모니(10월), LA 필하모닉(10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12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12월) 등이 한국을 찾는다. 얍 판 츠베덴이 이끄는 서울시향과 정명훈이 일곱 차례 지휘봉을 잡는 KBS교향악단의 대결도 관심을 끈다.
내한하는 스타 연주자들은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다. 먼저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3월)가 자신의 실내악단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와 함께 내한한다. 전 세계 음악 서비스에서 390억 스트리밍을 기록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4월)도 8년 만에 내한한다. 그 외의 피아니스트 라인업을 보면 후지타 마오(2월), 츠지이 노부유키(3월), 브루스 리우(5월), 드미트리 마슬레예프(6월), 미하일 플레트네프(6월), 알리스 자라 오트(7월), 라파우 블레하치(7월), 스미노 하야토(8월), 율리아나 아브제예바(9월), 예핌 브론프만(9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10월), 이매뉴얼 액스(11월), 키릴 게르시테인(12월) 등으로 이어진다. 바이올리니스트로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월), 파비오 비온디(5월), 미도리(11월)가 대표적이다. 또 성악가로는 3월 나란히 무대에 서는 독일 출신의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과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가 눈에 띈다.
‘한국 클래식의 아이돌’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도 무대에 오른다. 조성진은 올해 서거 150주기인 라벨의 피아노 독주곡과 협주곡 전곡 음반을 발매한 데 이어 6~7월 8개 도시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이어 12월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김선욱 지휘 경기필하모닉과 협연한다. 통영국제음악제(3월 28일~4월 6일)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임윤찬은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선보인 뒤 6월에 메켈레 지휘 파리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이어 스승 손민수 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와 7월 피아노 듀오 공연,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12월 협연이 예정됐다.
임윤찬 외에 롯데콘서트홀의 첼리스트 최하영, 금호아트홀의 현악 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 마포아트센터의 바리톤 박주성, 더하우스콘서트의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는 올해 상주음악가로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 외에 이색적인 공연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8월 세종솔로이스츠의 ‘힉엣눙크!’ 페스티벌에서 대본을 집필하고 내레이터까지 맡아 출연할 예정이다.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등의 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 정재일은 9월 서울시향의 위촉으로 신작을 선보인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내한하는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Chris Christodoulou
변함없는 열기, 무용과 뮤지컬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발레의 열기가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풍성한 라인업을 예고했다. 특히 국립발레단은 강수진 단장의 현역 시절 대표작 <카멜리아 레이디>를 5월 초연한다. 존 노이마이어가 안무한 <카멜리아 레이디>는 그동안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내한공연으로 두 차례 국내에서 선보였을 뿐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심청>과 함께 한국 창작발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춘향>을 3년 만인 6월에 선보인다. 지난해 컨템퍼러리 발레를 표방하며 창단된 서울시발레단은 3월 오하드 나하린의 <데카당스>, 6월 요한 잉거의 <워킹매드&블리스> 등 연간 4회 공연을 올린다.
특히 올해에는 <ABT-클래식에서 컨템퍼러리까지>를 비롯해 7월 <로열발레단-더 퍼스트 갈라>, 8월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갈라>등 러시아를 제외한 ‘빅3’ 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의 갈라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ABT에서는 서희·안주원·한성우·박선미, 로열발레단에서는 전준혁, 파리오페라발레에서는 박세은·강호현이 수석 또는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발레는 아니지만 3월 호페쉬 섹터의 <꿈의 극장>, 6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11월 피나 바우시의 <카네이션>등 거장 안무가들의 작품도 기대를 모은다.
대중음악을 뺀 국내 공연 시장에서 70%대의 비중을 차지하는 뮤지컬의 활황은 올해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강력한 팬덤의 스타들이 지배하는 대극장 뮤지컬들을 비롯해 흥미로운 소재로 무장한 소극장 뮤지컬들까지 준비돼 있다. 신작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신춘수 프로듀서가 브로드웨이에서 제작한 <위대한 개츠비>의 투어 공연이다. GS아트센터의 첫 대관작으로 7월 개막한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클라우스 미켈레 ©Marco Borggreve
연극 무대 찾는 스타 배우들
연극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이 관객을 극장에 불러 모을 전망이다. 드라마·영화·OTT 시장 위축으로 제작 편수가 줄면서 배우들이 앞 다퉈 연극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올해에 예정된 작품 가운데 5월 LG아트센터와 국립극단이 각각 이영애와 이혜영을 앞세워 공연하는 <헤다 가블러>에 관심이 쏠린다. 하루 차이로 나란히 개막하는 만큼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또 4월 <시련>, 7월 <렛미인>, 11월 <라이프 오브 파이>등 화제성 높은 대극장 연극에도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이 외에 전 세계에 이머시브 연극 열풍을 불러일으킨 극단 펀치드렁크의 <슬립 노 모어>가 8월 옛 대한극장 건물에서 오픈런 공연에 들어간다.
글 장지영 국민일보 선임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1997년 국민일보에 입사해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현재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 공연을 담당하면서 그매력에 빠졌으며, 지금은 다양한 예술 현장과 정책을 다루는 공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공연의 생존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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