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3] 2025 성남작가조명전 Ⅱ 김남표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지독한 회화주의자’의 숭고를 향한 여정
- artviewzine
- 4월 15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16일
성남큐브미술관의 올해 두 번째 성남작가조명전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Who’s Afraid of Painting?>은 동시대의 다변화된 미술 매체 속에서도 회화의 본질에 도달하기 위한 끊임없는 탐구를 이어 가는 중진 작가 김남표(1970~)의 예술 세계를 조망한다. 미술계에서 ‘지독한 회화주의자’로 불리는 김남표 작가는 “회화(ainting)서 ‘숭고(ublime)는 영원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지난 30여 년간 캔버스 위에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전개하며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글 박은경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이번 전시에서는 김남표 작가의 신작 회화 2점을 비롯하여, 2024년 프랑스 파리 시테 레지던시(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입주작가 활동 당시 제작한 수채화 드로잉 연작이 처음 공개된다.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이 응시했을 자연의 풍경을 김남표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수채화 드로잉은 유화와는 또 다른 미감을 전할 것이다. 또 전시 출품작 모두 산과 바다, 즉 자연을 그린 작품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남표 작가가 끊임없이 회화로 자연을 그리는 이유는 단지 풍경의 사실적인 재현이 아닌, 작가 자신이 대자연 속에서 느낀 정신적인 숭고의 경험을 순수한 미술의 언어로 전하기 위해서다. 회화는 물 질적인 공간이지만, 자연의 공간과 정신적 공간을 모두 담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시 제목은 회화에서 숭고 개념을 가장 명료 하게 추구한 동시에 작업 주제로 전면에 드러냈던,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바넷 뉴먼(Barnett Newman, 1905~1970)의 작품 <Who’s Afraid of Red, Yellow and Blue?>를 인용하였다. 예술에서 숭고 담론이 지닌 특징은 ‘지금(now)’이라는 시간성의 박탈을 통해, 관람자가 작품에 표현된 사건성을 체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숭고를 경험하게 되고, 나아가 회화와 미술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제시한다. 이는 김남표 작가의 회화적 지론과도 맞닿아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된 숭고에 대한 철학적 담론은 근대 유럽 사상계의 큰 화두였다. 숭고는 철학뿐 아니라 예술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19세기 낭만주의 미술부터 그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회화의 정체성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18세기 독일 철학자 칸트의 숭고 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예술은 단순히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유희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칸트의 이론 이후 모든 예술은 철학의 일종으로 격상되었고, 칸트의 숭고 개념은 회화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상적 분기점이 되었다. 칸트는 “유한한 존재는 진정한 숭고를 일으킬 수 없다”는 숭고의 전제 조건을 발표하며 ‘무한성’이라는 개념을 숭고와 연결했다. 캔버스 화면을 넘어선 무한한 공간을 상상할 수 있게 그려 내는 김남표 작가의 작업과 이러한 그의 회화성은 무한성을 강조한 칸트식 숭고를 표상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 출품된 대작 <Himalaya #3>는 작가가 직접 히말라야 등반에 참여하며 피부로 느낀 강렬한 숭고의 경험을 표현한 작품으로,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자신만의 기억을 소환하며 저마다의 숭고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작가가 추구하는 ‘수평적 숭고’의 실천이자 현대미술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단순한 미적 감동의 차원을 넘는 예술적 경험이 될 것이다. 20세기 발터 벤야민이 던진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의 화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현재, 회화가 지닌 동시대적 의미와 가치를 인문주의적 관점에서 고찰해 볼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2025 성남작가조명전Ⅱ 김남표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일시 5월 16일(금) ~ 7월 13일(일)
장소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문의 031-783-8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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