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1] 밤베르크 심포니, 야쿠프 흐루샤 & 김봄소리: 독일에서 온 ‘보헤미안 사운드’
- artviewzine
- 4월 15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16일
오케스트라의 지리적 기반은 도시다. 콘서트홀이 있고 관객이 될 인구가 있으며 오케스트라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능력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유명한 악단들은 대개 대도시를 근거지로 하며, 작은 도시라 해도 50만 명 정도의 인구는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5월 31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앞둔 밤베르크 심포니는 인구 7만의 소도시를 기반으로 한 명문 악단이다. 인구의 10%가량이 악단의 고정 고객일 만큼 안방 시장을 확실히 점하고 있는 그들은 해외 투어와 음반 녹음 등을 통해 아름다운 도시의 문화예술을 알리고 있다.
글 양창섭 음악 칼럼니스트

© Andreas Herzau
밤베르크 심포니는 1945년 5월 나치 패전 시기에 체코 봉기가 일어나자 프라하의 도이체 필하모닉(Deutsche Philharmonische Orchester Prag)의 독일인 단원 일부가 이를 피해 밤베르크로 넘어오면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1946년 첫 공연을 가졌고 프라하에서 도이체 필하모닉을 이끌던 요제프 카일베르트(Joseph Keilberth, 1908~1968)가 초대 상임지휘자가 되었다. 18년간 활동하며 악단을 성장시킨 카일베르트가 작고한 후 또 다른 거장 오이겐 요훔(Eugen Jochum,1902~1987)이 잠시 이끌었다. 수석지휘자 예정자였던 헝가리의 이슈트반 케르테스(Istvan Kertesz,1929~1973)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후, 1979년도부터 1983년까지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로프런(James Loughran,1931~2024), 1985년~96년에 독일의 호르스트 슈타인(Horst Stein,1928~2008)이 수석지휘자로 활동했다. 대부분 전통적이고 중후한 독일 사운드를 추구했던 지휘자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영국 출신의 조너선 노트(Jonathan Nott, 1962~)가 수석지휘자로 활동하면서 슈베르트, 브루크너, 말러, 슈트라우스 등을 주로 지휘, 녹음하며 악단의 사운드와 프로그래밍을 현대화시켰다. 2015년 빈에서 그의 마지막 투어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전반부에 리게티의 <아트모스페레> <론타노> <샌프란시스코 폴리포니>를 연주하는 사이에 고음악 앙상블이 퍼셀의 <판타지아>를 연주하고, 후반부에는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연주했다. 프로그램의 야심에 어울리는 고도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명연이었다.

2024 Saisoneröffnung
밤베르크 심포니는 2015년 노트의 후임으로 체코 출신의 야쿠프 흐루샤(Jakub Hrůša, 1981~)를 선택했다. 체코 필하모닉을 이끈 명지휘자 이르지 벨로흘라베크를 사사했고 그가 창단한 프라하 필하모니아를 20대부터 이끌며 실력을 증명한 지휘자다. ‘보헤미아 전통’을 가진 악단과 체코 지휘계를 대표하는 흐루샤는 독일과 체코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2019년에는 BBC 프롬스에 출연하여 흐루샤의 주특기인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을 지휘했는데 비평가 리처드 모리슨은 “체코 민중의 모든 이야기가 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2024/25년 시즌만 봐도 밤베르크 심포니의 활동은 어지간한 일류악단 못지않다. 약 26주의 정기연주회가 있는데 대개 2회 중복 공연을 하거나 프랑크푸르트, 본, 바이로이트, 뉘른베르크, 쾰른 등 인근 도시에서도 동일한 공연을 펼친다. 흐루샤는 독일-오스트리아 레퍼토리에 더해 드보르자크, 야나체크, 마르티누, 수크 등 체코 음악을 자주 연주한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만프레트 호네크 등 명예지휘자를 필두로 조너선 노트, 안드리스 넬손스, 안드레스 오로즈코 에스트라다, 베르트랑 드비이 등 화려한 객원지휘자 라인업은 톱클래스 악단에 버금간다.
2년 전 내한해 단원들의 자발성과 지휘자의 디렉션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들려줬던 흐루샤와 밤베르크 심포니는 이번에 성남아트센터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그들은 2019/20년 시즌에 이 곡을 정기 공연과 투어를 통해 여러 번 연주한 후 녹음, 음반으로 발매했고 <그라모폰>지의 ‘이달의 음반’에 꼽히기도 했다. 악단의 아름다운 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2악장, 서두르지 않고서도 강약과 속도의 대비가 잘 살아난 4악장 등이 귀를 잡아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하는데, 밤베르크 현지에서 합류해 호흡을 맞춘 후 한국과 대만 투어에 나선다. BBC 프롬스, 뉴욕 필하모닉 등 큰 무대에서 연주해 호평받았을 만큼 김봄소리의 주특기 레퍼토리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킬 줄 아는 그녀의 재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곡이다. 서곡은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두 과부> 서곡으로 코믹 오페라의 활기찬 흥취를 전달한다. 체코 명지휘자의 계보를 잇는 야쿠프 흐루샤와 독일의 부드럽고 중후한 사운드를 간직한 밤베르크 심포니의 명연주를 기대해 본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 Kyutai Shim
밤베르크 심포니, 야쿠프 흐루샤 & 김봄소리
일시 5월 31일(토) 오후 5시
장소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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