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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 1]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 리사이틀: 아름다운 저음으로 들려준 이야기

  • 작성자 사진: artviewzine
    artviewzine
  • 4월 15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16일

3월 9일(일) 오후 5시 |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명망 높은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가 3월 9일 첫 내한 무대에 섰다. 슈만의 가곡을 부른 이날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스크린에는 간결하고 큼직한 우리말 가사가 새겨졌다. 관객들은 가사를 모르더라도 활자가 형용하는 시적인 오라(aura)가 무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덧씌워져 입체적인 감상을 향유할 수 있었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음악 칼럼니스트 I 사진 최재우


게르하허는 피아니스트 게롤트 후버와 함께 <다섯 개의 노래, Op. 40> 중 ‘3월의 제비꽃’에서부터 자연스럽고 기품 있는 목소리를 선보였다. 자극적이지 않은 미성은 내내 관객을 사로잡았다. 후버의 꿈꾸는 듯한 피아노와 함께한 ‘엄마의 꿈’은 게르하허 목소리의 아름다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음은 부드러웠다. ‘병사’는 따뜻함이 서린 절도를 노출했고 감정 변화는 미묘했다. ‘악사’는 쩌렁쩌렁 울리는 성량에 연민을 자아내는 자연스런 서정성을 실어 냈다. ‘배신당한 사랑’에서는 표현이 재치 있었다.

이어진 <아이헨도르프 시에 의한 리더크라이스, Op. 39> 중 ‘낯선 땅에서’는 연약하고 젊은 목소리로 섬세한 고음을 들려줬다. ‘간주곡’은 남자의 순정이 담겨 있었다. 후버의 구름 같은 피아노도 어울렸다. 전설을 그린 ‘숲속의 대화’에서는 로렐라이를 만나면 숲을 떠나지 못한다는 경고가 메아리쳤다. ‘고요’는 부드러운 설득력이 있었고, ‘달밤’은 고즈넉한 피아노가 들판과 숲을 환상적으로 묘사한 음성과 잘 어우러졌다. ‘아름다운 낯선 땅에서’는 격정적인 가창을 선보였고 ‘성 위에서’는 지친 듯 슬픔을 관조하는 표정으로 파스텔톤 고음을 들려줬다. ‘낯선 땅에서’는 리드미컬한 피아노가 리드했고 ‘근심’은 깊게 띄운 관조의 표정을, ‘황혼’은 해질 무렵 상념을 담담하게 띄워 보냈다. ‘숲에서’는 두려움과 미묘함을 공감케 했고 ‘봄밤’은 이날 날씨 같았던 서정을 큰 성량으로 전달했다.

2부는 <세 개의 노래, Op. 83>으로 시작했다. ‘단념’에서는 짝사랑에 빠진 남자의 들뜬 마음과 체념으로 연결되는 쓸쓸함을 표현했다. ‘체념의 꽃’은 기다림의 미덕을 담담하게 펼쳤고 ‘은둔자’는 고독과 소외, 지친 영혼과 안식을 떠올리게 했다. <로망스와 발라드 3집, Op. 53>은 ‘블롱데의 노래’로 시작했는데 그는 흡사 고요한 이야기꾼 같았다. ‘로렐라이’는 부드러운 고음과 비브라토가 돋보였고 ‘가엾은 페터’에선 서정성과 강렬함, 체념과 절망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은 <레나우 시에 의한 여섯 개의 노래와 레퀴엠, Op. 90>이었다. ‘대장간의 노래’는 말을 하듯 자연스러웠으며 ‘나의 장미’는 풍부하고도 낭만적인 품위가 느껴지고 따뜻했다. ‘만남과 작별’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우유 짜는 아가씨’는 사랑과 삶, 잿빛 죽음의 대비를 잘 표현했다. ‘고독’에서 안내자의 목소리 같았던 게르하허는 ‘무더운 저녁’에선 슬픔 속 담담하면서도 보호본능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 ‘레퀴엠’은 강렬하면서도 준엄한 사자를 위한 기도였다.

게르하허와 후버는 슈만의 가곡 ‘달에 부침’과 ‘내 아름다운 별’ 두 곡을 앙코르로 선사했다. 독일 가곡 리트라는 형식이 얼마나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는 아름다운 목소리란 어떤 것인지, 시를 감싸는 투명한 산문 같은 피아노 반주란 어떤 것인지, 게르하허의 첫 내한공연은 여실히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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