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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얼굴] 국악 창작자 남경우: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법

  • 작성자 사진: artviewzine
    artviewzine
  • 6일 전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일 전

민요는 오랜 세월 동안 입에서 입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 내려온 민중의 노래다. 우리네 삶 속에 서 웃음과 눈물, 기쁨과 회한을 담아내며 함께한 민요의 존재는 그저 노래가 아닌 민족의 삶과 역 사 자체였다. 매 순간 변화로 가득한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조금씩 희미해지는 우리 소리를 다시금 일깨우는 젊은 예술인들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귀하다. 2024년, 2025년 성남문화재단의 청년예술활동 지원사업 공모 선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국악의 미래를 모색 중인 청년 예술인 남경우도 그중 한 명이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꿈꾸며 동시대와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민요 알리기에 한창인 남경우의 이야기를 전한다.

남소연 성남문화재단 소통전략부 과장

©유준범
©유준범

먼저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우리나라의 음악인 국악을 토대로 공연 연출과 소리 실연, 작곡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국악 창작자 남경우입니다.


어떤 계기로 처음 국악을 공부하게 되셨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민요가 뭔지도 잘 모르던 시절인데, 음악 교과서 속 창작 민요 ‘고사리 꺾자’가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집에서 내내 그 노래만 부르고 있으니, 어머니께서 민요 학원에 다녀 보겠냐 권하셔서 시작하게 됐죠. 이후로 우리 음악을 더 깊게 공부하기 위해 국립전통 예술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를 거쳐 국가무형유산 경기민요 전수자를 취득, 작년에 이수 심사를 통과하고 전승 활동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경기민요만의 매력을 좀 더 자세히 알려 주신다면요?

경기민요는 민요 중에서도 가장 흥겹고 테크니컬하고, 대중적인 매력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경기 민요 속에 담긴 ‘즐거움’은 단순히 ‘행복하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지난날을 잘 견뎌 내고 오늘을 되돌아보는 속사정이 담겨 있어요. 우리가 평소 느끼는 즐거움이란 결국 크고 작은 우여 곡절을 겪은 후에야 더 보람차고 즐겁게 다가오거든요. 경기민요는 그런 보편적인 정서를 오롯이 담아낸 노래입니다. 예를 들어, 임을 그리는 슬픈 가사에 경기민요 선율이 얹히면 고풍스러운 느낌이 잘 드러나요. 무작정 슬픈 것이 아니라 꼿꼿한 ‘절개’의 멋이 있달까요? 그렇게 표현하는 멋에 감탄이 나옵니다. 공감할 수 있는 가사,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점도 특징이죠.

2024년 성남아트리움에서 <고명소리 프로젝트> 공연 현장


MZ세대가 지켜 가는 ‘오늘의 국악’

2024년 성남문화재단의 ‘청년예술인 창작활동 공모지원’에 선정되어, 전통 민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무대화하는 ‘고명소리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어요. 어떤 작업이었나요?

‘고명소리’는 ‘전통 소리에 여러 고명을 얹어서 오늘의 노래로 만들어 보자’는 뜻입니다. 요리에서 고명의 존재는 맛을 더할 뿐만 아니라 음식을 너무나 예쁘게 만들어 주잖아요? 그런 바람과 포부를 담은 말입니다. 제가 정식으로 준비한 첫 퍼포먼스 음악이기도 했고, 좋은 연주자들과 무대를 만든 값진 경험이었어요. 크로스오버 민요 7곡을 제작해 ‘성남아트리움 대극장 최초 국악밴드 공연’이라는 타이틀로 연주를 펼쳤는데, 성남시민뿐만 아니라 지역과 문화예술 분야의 관계자들, 타 지역에서도 와 주셔서 감사했죠. 이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콘텐츠 제작 지원으로 <고명소리프로젝트 一, 경기소리>라는 EP를 발매하는 성과로도 이어졌습니다. 돌아보면 과정이 즐거워서 더욱 행복했던 프로젝트였어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청년예술인 창작활동 공모지원에 선정되셨지요. 올해에는 서도민요를 중심으로 한 공연 사전 제작 과정을 기록·공유하는 프로젝트라 들었는데요,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 그리고 전통 소리 중 서도민요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올해에는 청년 예술인들의 음악 제작 과정 현장을 생생한 영상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그 결과물을 함께 감상하며 촬영 과정과 우리 민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입니다. 제가 계획한 ‘경기소리-서도소리-동부소리’ 중 두 번째 프로젝트의 사전 제작 과정이기도 한데요, 길게는 우리 팔도민요를 쭉 훑어 가며 고유한 매력을 보여 주려 해요. 우리 민요가 한창 성행하던 구한말에는 누가 어떤 지방 노래를 잘 부른다, 어디 출신이다 회자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든 소리꾼의 소통이 왕성했다고 해요. 물론 저 역시 다른 지역의 민요도 좋아하고, 실제로 많은 경기민요 소리꾼들이 경상도·강원도의 동부민요, 제주민요 등 여러 지역 민요들을 함께 가창합니다. 그래서 저도 민요라는 이름 아래 그저 또 하나의 노래로 보여 드리고 싶어요. 더해서 청년이라는 이름도 함께요.


프로젝트 선정 2년 차라는 점은 작업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성남문 화재단의 지원사업 선정이 예술 활동에 더해 주는 실질적인 순기능은 어느 정도일까요?

재단에서 프로젝트 지원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많은 신경을 써 주셔서 큰 도움이 돼요. 제 프로젝트 계획서를 심사위원들께서 검토해 주시고 함께 들여다보는 과정이 예술세계를 더 깊이, 넓게 키워 가는 힘이 됩니다. 작업하며 스스로를 자꾸 의심하고 때론 두려움을 이겨 내면서 도전하는 과정을 겪다 보면 지칠 때가 많은데, 재단에서 금전적·정신적 지원으로 이 과정을 독려해 줄 때면 누군가 제게 ‘잘하고 있다’며 따뜻하게 어깨를 두드려 주는 느낌을 받곤 해요.


재단 지원 외에 비슷한 청년 예술인들과의 공감이나 연대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지역의 청년 예술인들과도 교류가 있으신가요? 창작 작업을 진행하시면서 서로간의 네트워크나 협업의 필요성을 느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성남문화재단에서 연결된 인연으로 지역의 몇몇 작가님과 교류를 이어 가고 있어요. 장르가 다르다 보니 당장 구체적인 융합 작업은 쉽지 않지만, 오히려 그런 ‘다름’의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어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질 것 같은 기대감도 있습니다. 그동안 이 부분을 고민하던 차에, 올해 ‘성남예술인 교류·협력 사업’에 선정되어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청년예술인들이 성남 연습실에 모여 예술세계 교류(talk) 및 즉흥 연주를 해 볼 예정인데요, 누구나 볼 수 있는 오픈형 창작 작업으로 진행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세월 속에서도 변치 않는 예술을 꿈꾸며

국악밴드 활동 등, 현대적 요소와 융합한 전통 소리의 재해석 작업에 꾸준히 노력하고 계십니다. 유튜브에서 영상들을 찾아보니, ‘태평가’처럼 익숙한 경기민요를 경쾌한 밴드 음악으로 재해석한 버전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두고 새롭게 창작, 또 편곡하시는지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해요. 우리 음악은 다채로운 희로애락의 감정을 담고 있지만, 다른 사람과 공감하지 못하면 의미가 퇴색된다고 봐요. 전통의 고전적인 가치를 지켜 가야 할 때도 있지만 동시대적으로 바라보면 그런 부분이 현대와 부딪히는 순간이 있거든요. 특히 ‘민요’는 입에서 입으로 오래도록 전해진 노래이기도 하니, 오늘의 정서에 잘 융합돼 사랑받으며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앞으로 그 부분에 계속 집중할 계획인데, 함께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과의 협업 중에서도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 등의 밴드 콘셉트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스승님이신 이희문 선생님께서 밴드를 하시다 보니 관심이 많이 갔어요. 작년부터 몇몇 공연에는 일일 서브 보컬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실용음악가들과도 인연이 닿았고, 젊은 세대에게도 익숙한 음악이라 “이참에 프로젝트 밴드 한번 해 보자” 해서 도전하게 됐죠. 실제로 제가 속한 성남 청년협의체 친구들이 재밌게 공연을 즐겨 줘서,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작곡과 편곡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단독 작업인지, 혹은 협업인지 궁금한데요.

매번 다른데요, <고명소리> 첫 프로젝트는 기타리스트 이강산 님과 전곡을 함께 작업했습니다. 메인 콘티를 짠 뒤 서로 공부하며 아이디어를 많이 나눠요. 창작은 항상 쉽지 않아서, 반짝 하고 ‘영감’이 올 때까지 산에 올라가거나, 좋은 음악을 듣거나, 전시를 보러 가는 식으로 이런저런 자극을 주려고 해요. 또 의외로 좋은 작품은 서로 장난식으로 주고받다 “그거 좋은데?” 하고 만들어지기도 하죠. 그렇게 샘플들을 만든 후 수많은 반복과 편집의 시간 속에 곡이 완성됩니다.


<고명소리 프로젝트> 팀과 함께. (왼쪽부터) 박새한(피리), 김기석(베이스), 남경우(연출 및 보컬), 정유경(가야금), 이강산(밴드마스터, 일렉기타), 함승영(드럼) © 유준범
<고명소리 프로젝트> 팀과 함께. (왼쪽부터) 박새한(피리), 김기석(베이스), 남경우(연출 및 보컬), 정유경(가야금), 이강산(밴드마스터, 일렉기타), 함승영(드럼) © 유준범

전통 소리의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 또 동시대의 공감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두 가지 조율에 고민이 많으실 듯해요. 이를 위해 마음에 둔 철칙이 있으실까요?

고리타분한 말일 수도 있지만, ‘전통 소리를 제대로 알고 그 문화를 진심으로 대한다’는 옛말이 항상 옳은 것 같아요. 누군가와 같이 작업을 하더라도 제가 사랑하는 한국 소리와 문화가 제 의도대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요. 결국 한국에서 살아오고 전통을 배운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 노래에 스토리텔링을 부여하는 것 모두 예술가로서 제 몫이니까요. 그 정도를 잘 지켜 나가며 어떤 시도든 잘 쌓아 나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활동하시면서 영향을 받은 분들, 혹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분이 있다면요?

국악계의 큰어른이신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 선생님, 항상 아낌없는 조언을 주시는 이희문 선생님, 언제나 도전을 응원해 주시는 가객 강권순 선생님 그리고 저의 모든 발자취를 응원해 주는 가족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 외에 다른 분야의 선생님들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일러 주고 계세요. 평소에는 마이클 잭슨이나 엘라 피츠제럴드, 미켈란젤로와 앤디 워홀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들을 보고 들으며 자극을 받곤 합니다. 그들의 예술 속에 담긴 시대가 변해도 바래지 않는 아름다움과 삶의 빛깔은 제게 여전히 깊은 감동을 줍니다.

 

계획 중이거나 도전하고 싶은 작업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매년 진행하는 저의 전통 레퍼토리 신작 <경우소리시리즈: 문밖에 잡가(雜歌)가 있다> 공연을 계획 중인데요, 과거의 유행가였던 ‘잡가’를 중심으로 한 내용입니다. 또 컨템퍼러리 댄스와 국악 협업 작품의 음악감독을 맡아 준비하고 있어요. 성남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청년예술인 창작지원 <고명소리 프로젝트 둘 - 서도소리 PROCESS>와 청년 예술인들의 오픈형 네트워킹 이벤트 <이어-가고(脈), 이어-가다(Connect)> 두 작품으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악 창작자(Gugak Creator)로서 창의적인 활동들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크게는 성남아트센터나 해외 오페라하우스에서 제가 만든 작품으로 공연하는 것, 작게는 주어진 작품들을 잘해내며 매년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일 수 있는 국악 창작자로 성장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꾸준한 마음으로 오늘의 것을 한 계단씩 쌓아서 내일의 아이디어로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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